군인은 성과급 때문에 보험료가 오르면 구제해주는데, 자영업자는 적자가 나도 구제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부모님이 퇴직 후 분식점을 차리셨을 때 저도 처음엔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데 첫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보고 나서야 이 구조가 얼마나 뒤틀려 있는지 직접 느꼈습니다.
형평성 논란: 군인은 구제되고 소상공인은 왜 안 되는가
최근 국방부가 3월 성과급 수령으로 인해 건강보험료가 일시적으로 상승, 고유가 지원금 대상에서 탈락한 군인과 군무원들을 구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행정 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솔직히 그 뉴스를 보면서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분식점의 경우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재료비가 오른 달은 사실상 적자였고, 통장 잔고가 바닥을 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해 정부에서 소상공인 대상 에너지 비용 지원 정책을 발표했을 때, 기준이 건강보험료 납부액이었습니다.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매장 보증금과 아파트, 배달용 소형 화물차가 재산 점수로 산정되어 보험료가 높게 잡혔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재산 점수'란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산정할 때 소득 외에 토지·건물·자동차 등 보유 재산에 점수를 매겨 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직장가입자에게는 없는 개념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 방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숫자로 나타나는 순간 말문이 막힙니다.
일반적으로 건강보험료가 높으면 그만큼 소득이나 경제력이 있다고 여기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의 실제 월 소득은 직장 시절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지만, 보험료는 오히려 더 높았습니다. 직장가입자는 사용자 부담분, 쉽게 말해 회사가 보험료의 절반을 대신 내주는 구조입니다. 지역가입자는 그 절반 지원 없이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 구조적 차이가 같은 소득 수준에서도 실질 부담을 2배 가까이 벌려놓습니다.
지원 탈락으로 이어지는 핵심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재산 보유만으로 소득과 무관하게 보험료가 부과됨
- 직장가입자와 달리 사용자 부담분이 없어 전액 자기 부담
- 건강보험료 기준 지원금 산정 시 실제 소득보다 보험료가 높게 잡혀 탈락
국방부가 일시적 성과급 상승은 구제해주면서, 구조적으로 설계된 불합리한 기준 때문에 매달 고통받는 소상공인의 사각지대는 방치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체계, 지금 당장 소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는 소득 외에 재산과 자동차까지 반영하는 복합 산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복합 산정 방식이란 가입자의 소득뿐 아니라 보유 부동산과 차량의 가액에도 별도의 점수를 부여해 보험료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실제 현금 흐름이 아닌 자산 보유 여부를 소득 능력의 대리 지표로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이 안고 있는 문제는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든 영세 사업자들에게 특히 가혹합니다. 살던 아파트가 있고 사업을 위해 차량을 한 대 마련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매출이 거의 없는 달에도 보험료는 꼬박꼬박 청구됩니다. 제 부모님 경우가 딱 그랬습니다. 부과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이게 맞는 건지" 싶었고, 저도 처음에는 뭔가 계산 오류가 있는 줄 알고 공단에 문의까지 했습니다. 그게 제도 그 자체라는 걸 알고 나서는 허탈함이 컸습니다.
2022년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을 통해 재산 공제 확대와 자동차 보험료 폐지 등의 조치가 시행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체감되는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여전히 많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개편의 방향성은 맞았지만 속도와 폭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K자형 양극화라는 개념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K자형 양극화란 경제 회복 과정에서 대기업 근로자나 고소득층은 소득이 올라가는 반면,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은 오히려 더 아래로 내려가는 양극화 현상을 의미합니다. 대기업 성과급 수령자는 일시적 보험료 상승도 구제받는 시스템 안에 있고, 영세 소상공인은 구조적 모순으로 인한 보험료 폭탄을 계속 떠안는 구도가 바로 이 K자형 양극화의 단면입니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550만 명에 달합니다(출처: 통계청). 이들 중 상당수가 지역가입자로서 재산 기반 보험료 부담과 지원금 탈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실패입니다.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부모님의 상황이 사실 수십만 가구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득 중심 부과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공평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유가 지원금이든 재난지원금이든, 정책 지원의 실효성은 결국 수혜 대상을 얼마나 정확히 포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처럼 재산이 보험료를 부풀리고 그 보험료가 지원 탈락의 기준이 되는 구조는,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계속 만들어냅니다.
정부가 임시방편식 구제에 그치지 않으려면, 자영업자의 실제 소득을 더 정밀하게 파악하는 소득 파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재산 중심 보험료 산정 방식을 소득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게 선행되지 않으면 지원 기준의 형평성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이 처음 분식점 고지서를 받아들던 그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내야 하냐고 하셨습니다. 저도 딱히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 구조적 불합리함이 지금도 수백만 소상공인의 일상에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정책을 만드는 쪽에서 먼저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 문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 논의를 계속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세무·법률·금융 조언이 아닙니다.